월드컵 스위스전을 5시간 앞둔 밤 11시부터 신한은행 스타리그 Season1 결승전이 있었다. 결승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또 가장 재밌는 테란 대 저그전이었기에, 그리고 요즘 기세가 무시무시한 두 선수간의 대결이었기에 안 볼 수가 없었다.
사실 이번 결승을 보면서는 누구를 딱히 응원한 건 아니었고, 그냥 잘하는 사람이 우승해라- 라는 마음으로 봤기 때문에 아주 떨리거나 하진 않았고... 다 보고 나서 생각하니 1경기를 빼고는 짧고 굵게 끝났다는 생각이 드네.
이번 결승전은, 역시 기세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이하 스포일러라서 접습니다 :)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경기 내용이 좀 순서가 틀렸을 수도 있어요 :)
1경기 Rush Hour 3 한동욱(T, 11시) vs 조용호(Z, 3시)
얼마 전 온게임넷 vs KTF 프로리그 에이스결정전에서 두 선수가 맞붙었던 그 위치가 그대로 나왔다. 테란은 정석적인 2배럭스, 저그는 12드론 앞마당을 가져가면서 무난하게 출발하는 모습. 저그는 2해처리에서 레어를 올리면서 러커를 준비하고... 세번째 해처리를 5시 가스멀티 쪽에 가져간다. 테란은 초반 바이오닉 병력이 진출해서 저그를 압박하면서 바로 앞마당을 가져가고, 5시 멀티를 정찰한 후 소수 병력으로 계속해서 5시를 노리지만... 저그는 러커로 잘 방어하면서 시간을 끌고 뮤탈을 띄워 약간의 게릴라. 하지만 크게 테란을 흔들어놓지는 못한다.
테란이 계속해서 5시를 공략한 결과 결국 5시는 파괴하는 데 성공하지만, 저그는 빠르게 하이브로 올라가면서 7시 스타팅 멀티를 가져간다. 하이브가 완성된 저그는 디파일러와 가디언을 동시에 준비하고... 베슬이 부족한 테란의 약점을 노려 한방 러시를 잘 막아내고 마린 병력을 상당히 많이 줄여주는 데 성공한다. 그러면서 히드라 러커 디파일러 체제를 위한 시간을 벌었고...
테란의 주병력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저그의 멀티들을 계속 부숴주었고, 동시에 드랍쉽을 통해 본진과 7시 멀티를 노리면서 저그를 끊임없이 흔들려고 애썼다. 하지만 끊임없이 싸움을 하다 보니 흔히 공격적인 테란들이 많이 그렇듯이 추가 멀티가 힘들게 되었고, 주병력이 계속 소모되다 보니 그야말로 거대한 한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꾸준히 단점으로 지적되면 베슬 관리 미숙도 자주 눈에 띄었다. 확실히 한동욱의 이레디 컨트롤은 약간 기대 이하였다고나 할까... 어쩌면 베슬의 이레이에이트를 너무 자주 써서 마나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마나가 있는 베슬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걸지도...
전형적인 공격하는 테란과 참고 버티는 저그의 싸움이었다. 어쩌면 조용호 선수가 5시에 멀티를 빨리 한 것은, 공격적인 한동욱 선수의 성향을 미리 간파하고 끊임없이 소모전을 유도하는 형태로 경기를 끌고 나가려고 한 게 아닐까 싶다. 인내심 하면 또 조용호 아닌가. 그리고 7시 멀티를 끝까지 지킨 건 승리의 충분조건이었음이다. 그리고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플레이그는 테란의 전투력을 절반 이하로 줄여놓았다. 어쩌면 다크스웜보다도 플레이그가 더 많이 나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1경기의 플레이그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결국 추가 멀티를 계속 저지당하고, 7시 멀티를 끝내 파괴하지 못한 테란은 자원이 고갈되어 GG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조용호 선수의 운영, 전투 하나하나가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모습이었다고 감히 평가한다. 기세 싸움에서 한 번 먹고 들어갔던 것이지. 1:0.
2경기 신 개척시대 한동욱(T, 12시) vs 조용호(Z, 3시)
테란은 마찬가지로 정석 2배럭스, 하지만 저그는 가까운 러시거리를 의식해서 초반에 흔들어주겠다는 생각인지 팀플에서 자주 보이는 9드론 발업저글링 빌드를 사용한다. 하지만 테란의 예술적인 SCV 비비기로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하고...
정석 2배럭스 vs 9드론 이후 앞마당 멀티의 싸움이라면, 분명 테란에게 한 번 앞마당을 돌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당연하게도 테란은 그 기회를 노렸지만, 저그는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차이로 막아낸다. 물론 파뱃1, 마린1, 메딕1의 본진 난입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심한 타격을 주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첫 러시를 본 순간부터 이후 게임의 흐름을 예상해 버렸다. 2005년 신한은행 스타리그 결승전 후기에서 언급했지만, 저그가 이런저런 이유로 초반에 가난해지면 테란의 끊임없는 러시에 말려버리게 된다. 드론을 뽑을 여유는 없다는 것이다. 2차 마메 러시에서 드론을 다수 잃자 그 가난함은 더욱 심해졌고, 그 이후부터는 드론을 뽑고 이후를 도모하는 것은 의미가 없게 되어버렸다.
저그는 이후 드론 생산을 전혀 하지 않고, 저글링 러커를 생산하는 데만 모든 자원을 쏟아붇는다. 하지만 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테란은 우주수비모드... 다수의 시즈모드 탱크와 디텍팅을 위한 베슬까지 보유된 테란의 방어라인을 좁은 길목에서 저글링 러커로 돌파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드랍쉽 2기 분량이 저그의 본진으로 빠져나간 상태라고 할지라도...
하지만 초반 발업저글링과 드론밀치기로 상대의 마린을 줄여주는 조용호 선수의 플레이는 정말 대단했다. 오늘의 손꼽히는 명장면이 아니었을까. 비록 경기는 졌지만, 전혀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치 옛날 질레트 스타리그 4강전에서 최연성 선수가 두 경기를 이겼지만 이긴 것 같지 않은 그런 느낌을 들게 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
3경기 신한_백두대간 한동욱(T, 7시) vs 조용호(Z, 1시)
저그의 9드론이나 원해처리 플레이를 대비하여 테란은 수비적인 8배럭스로 출발한다. 저그는 12 스포닝 이후 앞마당 멀티. 테란은 1배럭스에서 빠르게 아카데미를 올리다가... 3배럭스로 급전환하고, 저그는 2해처리 저글링 러커를 준비한다.
3배럭스에서 쏟아져 나온 바이오닉 병력들이 저그의 앞마당까지 진출하지만, 성큰 5개와 저글링까지 있는 방어라인을 돌파하는 것은 무리로 보였고, 러커를 확보한 저그는 테란의 본진 언덕을 노리지만 테란의 발빠른 대처로 실패한다. 테란의 소수 병력은 계속 11시 부근과 저그의 본진 언덕 근처를 움직이면서 저그의 신경을 긁고 가스 멀티를 방해했으며, 이러면서 앞마당을 가져간다.
테란이 앞마당을 가져갔지만 저그의 저글링 러커는 별 피해를 주지 못했고, 11시 가스멀티마저 한동욱 선수의 신기의 컨트롤로 (-_-) 어이없게 파괴되어 버렸다. 어떻게 러커 3~4기가 버로우되어 있는 곳에 스캔을 쓰고 연달아 두번이나 달려드는지... 정말 말이 안 나오는 장면이었다. 그런 식으로 깨질 거라고 생각이 안되는 멀티가 깨져버리니 제 플레이를 할 수가 있나...
저그는 전병력을 몰아 테란의 본진 언덕을 잠시나마 점령하고 자원 채취를 방해하지만, SCV를 다수 잡은 것도 아니고 잠깐 자원을 못 캐게 하는 데 그치고, 오히려 드랍쉽 한 기에 3시 가스 멀티가 날아가고 본진에서 저글링 다수까지 잃고 만다. 파뱃이 대체 몇 기가 탄 건지... 덜덜덜
결국 테란에게 추가 가스 멀티를 내주면서... 마지막으로 테란의 빈집을 털어보지만 어찌어찌 막히고 저그의 앞마당은 날아가면서 GG. 2:1로 역전되면서 기세까지 한동욱 선수의 쪽으로 확 넘어가버리는 순간이었다.
4경기 815 III 한동욱(T, 7시) vs 조용호(Z, 1시)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 4경기. 테란은 빠른 드랍쉽을 쓸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1배럭스 더블커맨드를 선택하고, 저그는 빠른 드랍쉽 플레이를 겨냥한 것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빠르게 발업저글링을 확보한 후 저글링 러커 체제를 선택한다. 하지만 한동욱 선수의 컨트롤 앞에 가난하고 빠른 저글링 러커 체제는 오히려 독이 아니었을까...
결국 더블을 선택한 테란에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하고, 드랍쉽에 11시 멀티까지 타격당하면서 휘둘리고, 결국 테란의 주병력이 진격하자 막을 병력이 없는 저그는 GG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3경기에서 기세가 테란 쪽으로 완전히 넘어왔고... 가위바위보 싸움에서도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일방적으로 끝난 경기였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몰라도... 1경기를 빼고는 경기가 빨리 끝난 편인 것 같다. 2, 3, 4경기는 저그가 하이브를 가질 못했으니... 조용호 선수가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해온 느낌이었고, 1경기를 거의 완벽하게 잡아내면서 한동욱 선수가 좀 위축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거 없이 4강전에서 보여주었던 무서운 기세를 다시 보여줬다. 버로우되어 있는 러커 따위는 껌으로 아는 한동욱 선수의 컨트롤 -_-b
경기 끝나고 인터뷰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때였나? 그런 질문에 "숙소에서 먹을 게 없어서 신김치를 볶아 먹었다"는 말에 정말 안습 ;ㅁ; 이제 창단도 되고 했으니 더 이상 열악한 환경에서 게임 안해도 되겠지.
시즌2에도 우승자 징크스 겪지 말고 좋은 모습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
조용호 선수도 아쉽지만 다음 시즌에는 꼭 원하는 바를 이루시길. 두 선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