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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8 어느 한 前 저그 유저의 독백 (2)

어느 한 前 저그 유저의 독백

* 이 글은 픽션입니다.


나는 요즘 정말 맘 편하게 게임을 한다.

끝없이 달려오는 질럿 드라군에 커맨드를 띄워도, 언덕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캐리어에 골리앗이 우왕좌왕해도 그냥 gg를 치면 그뿐이다. 그저 수많은 배틀넷 게임 중에 하나인 것을... 승패에 연연하기에는 이미 너무 오래 게임을 해 왔다. 패배는 더 이상 아프지 않다.

아무리 져도 나는 기쁘다. 난 이제 더 이상 무언가 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혀 게임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 먼 옛날, 저그치고는 특이하게도 나는 테란이 무섭지 않았다. 아무리 유리해도 긴장하며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저그는 나에게 너무나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날을 바짝 세운 내 앞에서 양산형 테란들은 뻔한 움직임만을 보이다가 무너졌다. 불리한 상황에서 버티는 테란을 상대로 3~40분씩 힘든 장기전을 수없이 해도 즐거웠다.

하지만 끝없는 싸움이 계속되자, 나는 지쳐가기 시작했다. 온갖 의문이 나를 감쌌다.

대체 무엇 때문에 나는 일꾼을 나누는 그 순간부터, 게임이 끝날 때까지 테란의 눈치를 보면서 전전긍긍해야 하는 것일까? 비비에스/벙커링/원배럭더블/투배럭더블/3배럭불꽃/투스타레이스/메카닉 등등 모두 열거하기도 힘든 카드들에 맞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고이 놔둔 저글링 한 마리가 자신의 생명을 내놓으면서 바이오닉 병력의 진출을 알려줄 때까지 눈치 보며 드론 뽑다가, 테란 병력이 나오면 좋든 싫든 병력을 생산해야 하고, 좀처럼 정면 승부를 하지 못하면서 센터 주위나 빙빙 돌다가 빈집이나 털어야 하지. 어디로 드랍쉽이 날아올지 몰라 항상 불안에 떨어야 하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맞춰 가야 해. 그게 저그의 숙명이니까. 그렇게 설계된 종족이니까.

저그가 테란에게 질 수 밖에 없다... 뭐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야. 저그를 더 좋게 만들어주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야. 사실 나는 저그가 테란에게 불리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야. 그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변할 여지도 없는 거잖아?

난, 단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끊임없이 눈치를 봐야 하는, 목덜미를 잡혀 질질 끌려다녀야 하는!!!

그런 상황에 신물이 났던 거다.

그래서 난 이제 테란을 플레이해. 테란을 하면 얼마나 맘이 편한지 알아?

열에 아홉은 난 내가 원하는 걸 해볼 수 있어. 테란만 해 본 사람은 이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모르겠지. 저그 상대로 입구 막고 투스타레이스를 하다가 행여나 막히면 바이오닉으로 전환해서 한방을 노려볼 수도 있고, 8배럭 벙커링을 들어갔다가 여의치 않으면 입구에 SCV 세워두고 커맨드센터를 지을 수도 있어.

그래서, 투스타레이스나 벙커링이 막혀도 이기냐고?

아니.

이기고 지는 게 그렇게 중요해?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자유보다 그게 더 중요하냐고!!!

내 바이오닉 컨트롤이, 내 저글링 러커 컨트롤에 비하면 쓰레기나 다름없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러커에 부대 단위로 죽어나간다고 하더라도 그건 아주 사소한 문제라고.

가끔씩 내가 생각한 걸 하기 전에 져 버리는 경우도 있어. 하지만 그건 아주 극초반에... 그리고 찰나에 벌어지는 일이야. 열심히 막아 보고 안 되면 깔끔히 포기하고 새로 시작하면 돼. 하지만 저그는 어때? 난 20분이고 30분이고 기다리고 살피고 조바심 내고 눈치를 봐야 하지.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그런 건, 내 인생으로도 족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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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8 00:44 2008/07/2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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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왕 2008/07/30 13:48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분은 아직 8파벳 드롭을 못 해보셨나봐요*-_-*

    아놔ㅋㅋㅋ파벳드롭ㅋㅋㅋ그립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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