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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해당되는 글 1건
2006/07/27 19:19

저번 주 랩 세미나 시간에 연구실에 포닥으로 계시는 박사님이 하시는 일에 대한 세미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네트워크 컴퓨팅 연구실과는 어쩌면 약간 거리가 있을 수도 있는, 게임과 가상성에 대한 발표를 들었는데... 아무래도 옛날에 게임을 많이 했었고 관심도 있는 입장이라서 흥미있게 들었다.

박사님이 CT(문화기술) 쪽 분이시라, 뒤쪽으로 갈수록 가상성에 대한 인문학적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다 이해하기는 좀 어려웠지만... 요지는 어느덧 게임(주로 MMORPG)이 하나의 가상 생활 환경이 되어가고 있고, 이러한 가상 세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들은 것들과 내가 한 생각들을 두서없이 좀 정리를 해 보려고 한다.

MMORPG에서의 캐릭터는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면이 있다. 사람들은 게임회사가 만든 월드 내에서 움직이고, 거래하고, 사냥하고, 싸운다. 비록 게임 내의 실재하지 않는 세계이지만, 사람들은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사회적 관계를 맺고 협력하기도 하고 서로 적대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관계는 때때로 현실 세계로 튀어나오기도 한다(게임 내 길드의 정모 등).

리니지 같은 게임은 현질(사람들이 게임 내의 아이템이나 화폐를 실제의 돈과 교환하는 행위)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이는 사람들이 점점 게임을 게임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MMORPG의 월드는 자신이 살고 있는 또 다른 세계이며, 이제는 더 이상 그 세계를 단지 게임일 뿐이라고 무시해버릴 수 없는 시대에 와 버린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임, 특히 MMORPG는 가상의 세계를 체험하는 것이라는 것을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상성' (Virtuality) 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을 가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가상假想'이라는 단어에는 '가짜'라는 의미가 많이 담겨 있다. 한자를 풀어 보면 '거짓으로 상상하여 만들어 낸 것'이라는 의미가 강한데, 가상 현실(virtual reality)는 단순히 "거짓으로" 만들어 낸 세계라고 보기도 어렵고, 단지 현실을 시뮬레이션한 것으로만 보기도 어려우며, 비록 물리적인 실체는 없지만 새로이 창조된 세계로써 독자적인 실재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쓰이고 있는 '가상'이라는 단어에는 어느 정도 어폐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박사님께서는 가상성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주셨는데, 철학적인 논의여서 명쾌하게는 알지 못하겠고 또 여러 문제가 있어서 자세하게 쓰기는 어렵겠다. 어쨌든 게임과 같은 가상의 세계를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 가짜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MMORPG 내의 경제 활동과 기타 사회적 활동은 분명 현재의 사회와 닮은 점이 있을 것이며, 때때로 이는 현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도 하니까.

--------------

이하 약간 다른 이야기.

E-sports를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는가

발표 초반부에 e-sports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박사님께서는 스포츠의 정의상 육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므로 이를 스포츠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갖고 계셨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를 비롯한 MMORPG의 차이에 대해서 정확하게 짚고 계신 것 같지 않아 오늘 뵙고 이런저런 말씀을 드려보았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정리를 좀 해 두려고 한다.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여러 게임들을 왜 e-sports라고 부르게 되었는지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는 물론 육체 활동을 수반하는 게임이 아니다(손가락 운동을 육체 활동이라고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자). 스타크래프트를 e-sports라고 부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축구, 농구, 야구와 같은 프로스포츠와의 유사성에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자신이 직접 운동을 하지 않고, 기량이 뛰어난 운동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즐기는 것.

이러한 프로스포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 가장 근본적으로, 승부가 나야 할 것
  • 공정한 상태에서 경기가 치뤄져야 할 것
  • 시청자 혹은 관객이 보기 쉬워야 할 것
  • 재미가 있어야 할 것 (비슷한 의미로 경기의 수준이 높아야 할 것)
  • 기타 등등...

사실 박사님의 발표에서는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을 스포츠로 인정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논점은 아니었지만,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논하려면 왜 e-sports라는 말이 나왔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RTS (스타크래프트) 와 MMORPG (리니지) 는 어떻게 다른가

MMORPG를 하는 게이머는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게임 월드에서 활동한다. 게임 월드는 가상적인 세계이며, 캐릭터는 순수하게 게이머 그 자신은 되기 힘들지 몰라도 게이머를 상당 부분 투영한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에는 게이머 자신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그곳에는 세계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크래프트는 연속적이지 않다. 마치 바둑처럼, 게임을 한 판 하고 나면 그것이 어떠한 가상 세계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베틀넷에서 게임을 했다면 승수가 하나 올라가긴 하겠지만, 그것은 스포츠에서의 전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리니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게임 월드에 접속하여 몬스터를 사냥하고 나면, 그 활동은 캐릭터가 존재하고 있는 가상 세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즉, 내가 현실에서 영어 공부를 해서 토익 900점을 맞았다면 그것은 현실의 나의 스펙에 영향을 주는 것이고, 리니지에서의 레벨과 재산도 마찬가지로 내 캐릭터의 스펙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계'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이러한 세계가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그 세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고, 세계를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세계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 지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물론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저런 측면을 일일이 생각하면서 개발을 하진 않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게임을 한국의 주력 산업 중 하나로 키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측면에 대해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게임은 하나의 문화 산업이 될 수도 있지만 게임 중독과 같은 부작용을 수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이 긍정적이고 부정적인지, 궁극적으로는 어떤 양상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된다면 부정적인 면을 줄이면서 게임을 새로운 삶의 양식 중의 하나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잘 알지 못하고 짧은 식견이라 잘못되거나 미숙한 생각들이 많으니,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__)
- 제목을 어떻게 붙여야 할 지 모르겠어서 대강 붙였어요 ;ㅁ;
- 난 왜 지금 전공보다 이런 게 더 재밌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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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7 19:19 2006/07/2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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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 | 2006/07/27 20:2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떻게 할지 많이 고민하죠.. 게임 다지인 -ㅠ-
MMORPG 쪽 논문도 꽤나~ 많습니다. 책도 내 책상에만 세권이나 꼽혀있는걸요
재미있으면 찾아보시고 시도해봐요 +_+

.. 그리고 전공이 아니니까 재미있죠. 전공하면 재미없을껄요? ㅋㅋㅋ
daydreamer | 2006/07/27 20:46 | PERMALINK | EDIT/DEL
허허허;; 하긴 전공이 아니니까 재밌어 하는거다 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어요 ㅎㅎ

음음 MMORPG 논문이라... 좀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다음 학기에 CT과목 게임학 들을까 해서 신청은 해뒀는데 어떨지 모르겠군요;
Tyburn | 2006/07/27 21:3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와 관련된 말이 하나 생각나네요.
"스타를 하면 고수가 되지만, 리니지를 하면 폐인이 된다."

(.....)
daydreamer | 2006/07/27 23:40 | PERMALINK | EDIT/DEL
허허허;;
리니지를 아주아주 많이 하면 돈을 벌... 수 있을려나요.
(어떻게 많이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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