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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5 23:09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고등학교 이후에는 독서량이 급감하여 지금은 방학 때나 열 몇 권 찾아 읽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것도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것이 대부분이고 신간을 읽는 일은 정말 손꼽을 정도로 적으며, 새 책을 구입하는 일은 더더욱 적다. 새로운 책을 접하는 것은 십중팔구 도서관에서이니까.

내가 책을 거의 사지 않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판단하는 "가지고 있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점에 자주 가지는 않는 편이지만, 가더라도 책을 둘러보았을 때 내 눈에는 한 번 정도 읽고 치워버릴 만한 책들만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뿐이고, 저 책을 소유하여 두고두고 읽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은 정말 찾기 어렵다. 한번 읽고 말 거라면,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그 뿐 아닌가.

더군다나 요즘 베스트셀러라고 말하는 책들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다른 사람의 성공한 인생 같은 것은, 두 번씩이나 읽을 만한 가치는 절대 없다고 생각하고, 게다가 그것을 소장하고 있을 만한 가치는 더더욱 없다고 생각한다(물론 이건 나 개인의 가치판단일 뿐이므로, 다른 사람이 그러한 책에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까지는 부정하지 않고 또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또한 아주 흔히 보이는, 인생의 매뉴얼 역할을 하려고 하는 책들도 마찬가지다. 이건 내가 자의식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두번째 이유, 그리고 이 글의 주제는, 책을 고르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소장하고 두고 두고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것도 어려운 문제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도서관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그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찾는 것도 나에게는 좀처럼 쉽지 않다. 사실 가볍게 읽으려는 생각이라면 적당히 아무 책이나 뽑아서 읽어도 상관없을 텐데,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내 기준에 미달하는 책은 읽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인 모양이다.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장 사이를 거닐어도 보고, 주변 사람들의 추천 글을 읽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하지만, 결국 내 맘에 딱 들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취향은 제각기 다르니까 말이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말하지는 않고, 나도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지 않는다. 하긴 요즘 읽은 책도 거의 없어서 추천해 줄 만한 것도 없기는 하지만... (반성중)

책이 너무 많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책들이 출판되고 있을 것 아닌가...

집에 있는 "우리 시대의 한국문학" 70권짜리, 외국 문학 전집 30권짜리, 적당히 짬뽕되어 있는 전집 60권짜리, 브래티니커 백과사전 27권짜리처럼, 차라리 표지에서 아예 제목을 지워버리고 번호만 달아준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불평 불만 없이 꾸역꾸역 읽어줄테다. 100권이든 200권이든 상관없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한 눈으로 읽고 한 눈으로 흘려버리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만 있으면 된다. 제발 나에게 책을 고른다는, 그런 어려운 일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제에서 벗어나지만 조금 더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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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5 23:09 2006/02/0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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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제노프 | 2006/02/06 00: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남들이 혹평을 하든 말든 자기가 읽을만하다고 생각되면 읽는거죠.
돼지 | 2006/02/06 00: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데카르트군요!!!

저도 요즘에 독서량이 급감해서 걱정입니다. 역시나 이유는 읽을만한 책이 없다는것..(..이라는건 핑계지만..ㅠ)
바람노래 | 2006/02/06 01: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많이 공감하는 바 입니다. 책이 너무 많고. 두번 읽고 싶을 정도의 자신에게 가치 있을만한 책들이 없네요. 예전에는 하루 두권정도 봤는데 쭈욱 요즘은 못봐서 일주일에 적어도 두권 그래도 여섯권은 읽자고 올해는 계획을 세웠네요. 열심히 독서합시다 ^^
daydreamer | 2006/02/06 02: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칸제노프 // 하하 그렇지요. 남들 의견은 사실 별로 신경 안쓰는데, 제 취향이 영 이상한 모양이에요.

돼지 // 친구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오프라인 서점에 자주 많이 나가보라고 하더라구요. 자주 자주 다니다 보면 그래도 괜찮은 책들을 좀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저도 책 안읽는 거에 대한 핑계를 참 거창하게 대는 거 같습니다 ㅠ.ㅠ)

바람노래 // 하루에 두권이라니 정말 많이 읽으시네요! 저도 게임하고 웹서핑하고 노는 시간에 책을 읽으면 아무리 못읽어도 한권씩은 읽을텐데 말이죠 orz;; 일주일에 두권 정도는 꼬박꼬박 읽으려고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all // 블로그 개장 이후로 첫 외부 손님들이시네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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