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내가 원래 쓰려고 생각해두었던 글은 좀 다른 것이었다. 아래에 그 글을 먼저 간략하게 적고 글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운동을 잘 하는 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운동 신경과 약간의 센스는 가지고 있다. 그나마 가장 잘 하는 운동인 탁구, 가끔씩 치는 볼링, 연구실 사람들과 함께 했던 축구 정도가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운동이 아닐까 싶다.
내가 저 세 가지 운동을 할 때를 돌이켜 보면, 최대한 파워에 의존하지 않고 플레이의 정교함을 강점으로 내세운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근력 부족으로 인해 강한 힘이 필요한 플레이는 할 수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교함을 기르는 훈련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가 원래 쓰려고 했던 글의 주제는 "내가 운동을 할 때 발휘되는 정교함"의 근원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외아들이라서 어렸을 적에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놀이들을 만들어서 하곤 했었다. 집에는 어린이용 농구 골대와 작은 고무공이 있었고, 그 공을 가지고 농구뿐만 아니라 간이 축구도 했었다. 또 얌체볼이라고 불리는 자그맣고 탄력 있는 공을 가지고 온갖 놀이를 하고 놀았다.
몇 년 동안 이러한 공들을 가지고 놀이를 하면서, 나는 한 번도 집 안의 무언가를 깨트린 기억이 없다. 물론 충분히 조심해서였을 수도 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 조심한다고 해도 사고를 아예 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어렸을 적의 놀이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정교함의 근원이 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데 이 생각을 계속 곱씹다 보니, 내가 원래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재능들이 실은 어렸을 적의 무의식적인 훈련에 의해 연마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릴 적에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책을 많이 읽어둔 것이 긴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었고, 집에서 혼자 했던 놀이들이 정확한 슈팅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했던 영어 과외가 지금의 영어 실력을 만들어 주었다. (이 때 다졌던 영문법의 기초를 지금까지 울궈먹고 있는 것 같다 -_-)
물론 어느 정도의 타고난 재능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어릴 적의 노력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게 정말이라면 지금 내가 지닌 조그만 재능들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참 우연인 것이다. 어렸을 적의 내 환경이 달랐다면 나는 지금과는 또 다른 재능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더더욱 중요한 것은, 결국 나의 타고난 재능은 미미하다는 것이고 따라서 내가 무언가를 잘 하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한때 내가 꽤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부족한 것들을 재능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서 얼른 벗어나서 마음가짐을 새로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다고 얼마나 실천에 잘 옮길지는 미지수지만. -_ㅠ
쓰고 나니 약간 뻘글인 것 같은데, 그래도 무려 한 달 반만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다는 의미로 넘어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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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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