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공식적인 기사가 궁금하신 분들은 파이터포럼에 가서 보시길 바라구요.
E-Sports 시청자들은 임요환 선수가 10월쯤 입대할 거라는 걸 이미 다 알고 계셨겠지만, 정작 10월 9일이라는 정확한 날짜가 다가오니 실감이 확 나네요. 이제 한 달 정도밖에 남았죠?
지금 참가하고 있는 MSL이나 마무리되고 입대했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미 나이도 있고 더 늦출 수 없는 사정도 있고 그랬겠죠. 입대하기 전까지 리그에 잔류하고 있다면 어떻게 처리할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MBCgame이 알아서 생각할 문제인 것 같고.
스타를 최근부터 보신 분이 아니라면야 임요환 선수가 이 판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계실 테고, 굳이 제가 그런 걸 정리 안하더라도 더 잘 아시는 다른 매니아 분들이 정리를 해 주실테니 그런 부분은 넘기고 개인적인 생각만 쓰겠습니다.
저는 원래 특정 게이머나 팀을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저번에 E-Sports 위기론에서 이야기했듯이, 게이머로서 제가 생각하지 못하고 따라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신선하고도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를 좋아하지요. 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선수와 팀이 있다면 임요환 선수와 SKT T1입니다. SKT T1을 좋아하게 된 것도 상당 부분이 임요환 선수 때문이었구요.
사실 스타 방송을 보기 시작한 게 파나소닉배 결승전 정도부터였기 때문에, 임요환 선수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을 때였죠. 임요환 선수는 이미 최정상에서 내려오는 중이었고 이윤열 선수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서 새로운 최강자로 군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온게임넷만 보고 있는데, 그 당시 엄재경 해설위원이 임요환 선수가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무슨 전략을 쓸지 기대된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임요환 선수의 플레이를 많이 본 적 없는 저였지만 워낙 유명한 선수다 보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올림푸스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죽음의 조(그랜드슬래머 이윤열, 테란의 황제 임요환, 공공의 적 박경락, 그 당시 테란을 껌으로 알던 이재훈)에 편성되고, 8강 진출자를 가리는 마지막 경기에서 이재훈 선수 상대로 시전한 필살 바카닉은 아마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그 때 생방송으로 보다가 눈물 날 뻔 했던 기억이 T_T 진짜 감동이었죠.
그래서였는지 4강에서 서지훈 선수에게 0:3 패배를 당했을 때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나중에 0:6 정도까지 벌어졌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만 (....)
어쨌든 임요환 선수는 파나소닉배에서 3위를 했고, 시드를 받아서 다음 리그인 마이큐브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참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16강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패러독스 대역전극 -_-;
이것도 참 기억에 남는게, 그 때 저는 친구들과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3박 4일 동안 제주도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돌고 나서 마지막 날 밤이었는데 다들 남자들이라서 게임방에 갔죠. 스타리그는 절대 안 빼먹고 꼬박꼬박 봤던 저는 같이 스타하자는 것도 마다하고 온게임넷 실시간 VOD로 저 경기를 봤습니다 (....)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생방송을 보기로 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T_T 그런 경기를 놓쳤다면 정말 천추의 한이 되었을 듯;; 생방 못 본 사람들 중에 도진광 선수가 이겼다고 잘못 스포일당하고 경기 보다가 뒤집어진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친구들한테 좀 해볼걸 그랬나봐요 -_-a
어쨌든 그 경기 이후로 거의 임빠가 된... 것 까지는 아니고, 하여간 제일 좋아하는 게이머다! 라고 하면 임요환 선수를 딱 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치고 올라오는 신예들한테 치이고 토스전 때문에 많이도 까였습니다만, 그래도 황제답게 결국 극복해 내더군요. 아직까지도 소위 A급 토스, 특히 물량 중심의 토스에게는 좀 밀리는 게 사실인 듯 합니다만... 예전에 뭉쳐서 시즈모드하던 안습스러운 때보다야 뭐... 쿨럭;;
하긴 생각해 보면 딱히 부진했던 것도 아니고, 계속 스타리그에 있다가 PC방까지 잠깐 내려갔다가 바로 올라왔는데... 사람들이 한 물 갔다고 그렇게 깠던 걸 보면 정말 임요환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치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PC방에서 한참 허우적거려도 관심 못 받는 수많은 게이머들을 생각하면... (스타리그에 꾸준히 진출하는 데도 관심 못받는 선수들도 있지만... ㄱ-)
그러다가 2004 EVER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사제 대결이 펼쳐집니다. 2:3으로 아쉽게 지긴 했습니다만... 기본적인 경기력에서 많이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4경기의 바이오닉 전략은 정말 전율이었지만 T_T 사실 보는 내내 무언가 답답함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 1년이 지나고... 다시 결승 무대에 오른 황제는 분명 이전과는 달랐습니다. 예전처럼 불안불안한 모습이 아니라 그래도 약점을 많이 극복하고, 충분히 기본기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느낌... 이번에 설령 우승을 못하더라도 다음 시즌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지요.
그 이후에는 결승전에 진출한 적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꾸준히 스타리그에 있으면서 활약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팬들도 이제 많이 욕심을 버리신 것 같아요. 꼭 최고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우리에게 그의 멋진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테니까요.
임요환 선수가 워낙 전략가이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요즘 선수들 컨트롤이 워낙 좋아져서) 마이크로 컨트롤을 이용한 화려한 플레이로 인기를 얻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임요환 선수가 정말 최고라고 불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임요환 선수가 아무 것도 없는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면서 다른 프로게이머들에게 길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가 E-Sports 판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던 여러 일들을 생각하면, 그리고 앞으로 그에 의해 만들어질 새로운 길을 생각하면 절대로 평가절하할 수 없는 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안주하지 않는 프로 근성과 한결같은 몸가짐 마음가짐 또한 임요환 선수의 크나큰 매력인 것 같네요. 특히 선수 생명이 짧은 프로게임계에서 7년째 상위 클래스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요.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요. 이러한 점들 때문에 후배 프로게이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거겠지요. 항상 겸손하게 노력하는 황제의 모습이야말로 팬들을 사로잡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저리주저리 옛날 기억들을 들춰보았고... 이제 군에 입대하는 임요환 선수에 대한 생각을 좀 적어보려고 합니다. 현재 E-Sports가 일부 스타들에게 너무 의존하는 감도 있고, 임요환 선수가 이 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이런저런 문제가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사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임요환 안 나온다고 게임 방송 이제 안 볼거야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을 거고...
임요환 선수는 예전부터 군 제대 후에도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공군 입대 후 방송 경기에 참가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분명 지금까지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예비역 프로게이머의 성공적인 복귀가 임요환 선수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임요환 선수라면 새로운 길을 우리에게 만들어 줄 거라는 그런 생각.
하지만 임요환 선수가 제대해서 다시 SK텔레콤 유니폼을 입고 뛸 때까지 E-Sports를 잘 지켜야 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겠지요.
임요환이라는 거목이 군에 입대한다고 해서 E-Sports가 무너져서는 안될 겁니다. 그건 임요환 선수도,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E-Sports를 즐기고 있는 우리들도 바라는 일이 아닐 테니까요. 어쩌면 앞으로의 방향을 위해 의견을 두루 널리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CJ에서 곧 시작할 슈퍼파이트 같은 새로운 시도도 필요할 것이고, 뭔가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참신한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다들 동감할 것 같습니다.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남은 리그도 마무리 잘 하시고, 개인적으로도 헛되지 않게 잘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짧은 헤어스타일로 방송에서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_^ (상무 유니폼 입으려나요? 아님 군복? 덜덜덜)



